바쁜 하루의 흐름 속에서 우리는 종종 "쉰다"는 말을 합니다. 하지만 그 쉼이 스마트폰을 보며 커피를 마시는 것이라면,
정말 뇌와 감정은 쉬고 있는 걸까요?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차나 커피를 마시는 시간에도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지 못합니다. 뉴스, 메신저, SNS, 짧은 영상… 이 모든 것이 감정과 감각을 또 한 번 자극하고 소진시킵니다. 그래서 저는 어느 날,
“딱 10분만이라도 스마트폰 없이 차를 마셔보자”고 결심했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오감 중심 티타임 루틴’으로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1. 오감 중심 루틴이란?
우리는 대부분의 시간을 시각(눈)과 인지(생각)에 의존해서 살아갑니다. 특히 디지털 기기를 사용할 때는 청각, 촉각, 후각, 미각 같은 감각이 거의 작동하지 않거나 억제됩니다. 그 결과, 감각의 둔화 → 감정 민감도 저하 → 무기력 또는 과잉 반응
이라는 악순환이 생겨납니다. 오감 중심 루틴은 다섯 가지 감각을 하나씩 깨우며 ‘지금 여기에 존재하는 나’를 회복하는 루틴입니다. 차를 마시는 티타임은 그 출발점으로 가장 쉽고 자연스러운 순간입니다.
2. 티타임 루틴
매일 오후 혹은 저녁, 10분간 스마트폰을 끄고 조용한 공간에서 차를 마시는 것입니다.그동안 무심코 넘겼던 한 잔의 시간을 오감으로 다시 구성한 루틴으로 바꿔보았습니다.
1) 시각 – 잔의 색, 차의 색을 바라보기
차를 따르고 난 뒤, 먼저 눈으로 찻잔을 바라보았습니다. 유리잔을 통과하는 빛, 잎이 퍼지는 속도, 차의 농담이 만들어내는 결이 자극이 아닌 안정감을 주는 시각적 자극이 되었습니다. 차를 눈으로 천천히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지금 내가 멈춰도 된다’는 신호를 뇌에 보내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2) 청각 – 차가 담기는 소리, 조용한 공간의 소리
물을 붓는 소리, 찻잔에 부딪히는 작은 소리, 그리고 그 외에는 아무 소리도 나지 않는 정적. 이 루틴에서는 음악도 틀지 않았습니다. 처음에는 어색했지만, 이내 청각이 민감하게 살아나며 ‘고요의 결’이 귀에 닿기 시작했습니다. 조용한 공간이 주는 감정의 진정 효과는상상 이상으로 컸습니다.
3) 후각 – 향기로 감정을 안정시키다
가장 먼저 달라진 건 ‘향을 인식하는 능력’이었습니다. 늘 마시던 루이보스 티인데도 ‘이런 향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다양한 레이어의 향이 감지되었습니다. 향은 뇌의 감정 중추인 편도체와 직접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차의 향을 천천히 들이마시는 것만으로도 불안과 긴장을 낮추는 효과가 나타났습니다.
4) 촉각 – 따뜻한 잔, 온도의 감각
차가 담긴 잔을 양손으로 감싸 쥐고 그 온도를 손끝으로 느껴보았습니다. 손바닥에 닿는 따뜻함, 잔 표면의 질감, 작은 물방울의 움직임까지도 내 감각이 천천히 깨어나고 있음을 알려주었습니다. 디지털 기기를 쥐고 있을 땐 이런 감각이 거의 차단되어 있었다는 사실도 함께 느껴졌습니다.
5) 미각 – 한 모금의 온도로 감정을 느끼다
마지막으로, 입 안으로 들어온 차의 온도와 맛. 첫 모금은 향보다 온도에 집중했고, 두 번째 모금에서는 입 안에서 부드럽게 감싸는 맛의 결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놀라운 건, 그 짧은 10분 동안 감정이 서서히 가라앉고 생각이 정리되며 머리가 ‘멍하게 맑아지는’ 느낌이 들었다는 점입니다.
3. 오감 티타임 루틴 시작하기
시작은 매우 단순하게 해도 됩니다.
1) 준비물
- 좋아하는 차 한 종류 (루이보스, 페퍼민트, 국화, 보이차 등)
- 손에 익은 찻잔
- 조용한 공간 또는 간접조명 한 구석
- 스마트폰 OFF 또는 다른 방에 두기
2) 진행 순서
- 물을 끓이는 순간부터 루틴이 시작되었다고 인식하기
- 오감 중 하나라도 의식적으로 느끼기 (예: 향만 느끼기)
- 10분 동안은 어떤 정보도 받지 않기
- 마신 뒤에는 내 감정 상태가 어떻게 바뀌었는지 체크해보기
차를 마시는 일은 그 자체로도 여유롭지만, 오감으로 마시는 차 한 잔은 감정을 회복시키고 뇌를 정리하는 루틴이 됩니다.
스마트폰 없는 티타임은 세상의 소음에서 멀어지는 시간이 아니라, 내 감정과 다시 연결되는 가장 조용하고 진한 시간입니다. 오늘 하루, 단 10분만이라도 ‘정보 없는 감각의 시간’을 차 한 잔으로 누려보시길 추천드립니다. 그 여백 속에서, 감정은 조용히 정돈되고 일상은 다시 부드러운 리듬을 찾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