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인의 콘텐츠 소비는 대부분 ‘알고리즘’의 안내를 따라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유튜브 추천 영상, 넷플릭스 시청 목록, 인스타그램 피드, 뉴스 앱의 맞춤 큐레이션까지 우리는 매일 수백 개의 콘텐츠를 기계가 보여주는 순서대로 접하고 있습니다.
이런 알고리즘은 초기에는 분명 편리함을 가져다주었습니다.
굳이 찾지 않아도, 나의 관심사에 맞는 영상과 글이 자동으로 나타났고, 선택에 드는 에너지도 줄어들었습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비슷한 콘텐츠만 반복되고, 정작 내가 진짜 좋아했던 콘텐츠가 무엇이었는지조차 기억나지 않는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이를 알고리즘 피로라고 부릅니다.
1. 알고리즘 피로란?
알고리즘 피로는 개인의 콘텐츠 취향과 무관하게 기계가 추천하는 방식에 끌려다니다가 감정적·인지적 피로를 느끼는 상태를 말합니다.
1) 주요 특징
- 비슷한 콘텐츠만 계속 보게 되면서 지루함이 쌓인다.
- 원하지 않는 콘텐츠가 자꾸 추천되면서 피로감이 증가한다.
- 클릭은 하지만 실제로 집중해서 보지 않는다.
- 다양한 콘텐츠를 소비하는 것 같지만, 취향은 좁아지고 있다.
- 콘텐츠 소비 후에도 무언가 ‘공허함’이 남는다.
이는 콘텐츠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내가 주도적으로 콘텐츠를 선택하지 못하고 있다는 피로감에서 비롯됩니다.
2) 알고리즘이 만든 감정적 문제들
- 무의식적인 비교와 감정 소모
SNS 알고리즘은 자극적인 라이프스타일, 외모, 소비 트렌드를 반복적으로 보여줍니다.
이는 나도 모르게 비교와 열등감을 유도하며, 감정 피로를 축적시킵니다. - 콘텐츠 만족도 저하
익숙하고 자극적인 콘텐츠 위주로 소비하다 보면, 점점 깊이 있는 콘텐츠나 책을 접하는 데 어려움을 느끼게 됩니다.
이는 주의 집중력 저하와 심리적 무기력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 취향 왜곡
알고리즘은 사용자의 행동 데이터를 기반으로 추천하지만, 그 행동이 진짜 ‘선호’가 아닐 수도 있습니다.
단지 호기심으로 눌러본 콘텐츠가 전체 추천을 바꾸면서, 내 본래 취향과 점점 멀어지는 현상이 나타납니다.
2. 내 콘텐츠 취향을 되찾는 실천 전략
알고리즘 피로는 의식적인 콘텐츠 선택 훈련을 통해 충분히 회복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콘텐츠의 ‘선택권’을 다시 나에게 돌려주는 일입니다. 다음은 실천 가능한 구체적인 방법들입니다.
1) 추천 콘텐츠에서 벗어나기
가장 먼저 할 수 있는 일은, 유튜브, 넷플릭스, SNS의 추천 탭 대신 검색을 통해 콘텐츠를 찾아보는 습관입니다. 한동안은 ‘홈 화면’을 피하고, 내가 보고 싶은 주제나 채널을 직접 입력해 찾아가는 방식으로 전환해보세요.
- 유튜브: 구독 탭 중심 시청, 검색 기능 활용
- 넷플릭스: 카테고리 탐색 → 키워드 기반 콘텐츠 시청
- 인스타그램: 피드 대신 저장한 게시물, 내가 팔로우한 계정 중심 탐색
알고리즘에 의한 소비에서 ‘선택’ 중심 소비로 바꾸는 것만으로도 피로감은 크게 줄어듭니다.
2) 내 취향 다시 찾기 실험
매주 1~2편씩, 예전부터 좋아했던 장르나 주제를 다시 탐색해보세요.
- 한때 즐겨봤던 클래식 다큐멘터리
- 좋아하는 감독의 초기작
- 어릴 적 읽던 그림책 혹은 동화 원작
- 즐겨 듣던 팟캐스트의 오래된 회차
- 이런 방식으로 ‘내 콘텐츠 DNA’를 복원하는 실험을 해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동안 잊고 있었던 감정, 기억, 호기심이 되살아나며, 내 감각이 다시 살아나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3) 비알고리즘 콘텐츠 소비 루틴 만들기
정보의 소비 채널 자체를 일부 전환해보는 것도 효과적입니다.
- 종이 매체 중심 뉴스 읽기 (신문, 잡지, 독립출판물)
- 아날로그 독서 시간 (전자책 OFF)
- SNS 없는 콘텐츠 앱 활용
예: 브런치, 퍼블리, 텀블벅 큐레이션 등 - 매주 1시간 ‘콘텐츠 공백 시간’ 만들기
아무것도 소비하지 않고 생각을 정리하는 시간입니다.
이런 루틴은 감각의 피로를 줄이고, 정보의 깊이를 되살리는 역할을 합니다.
4) 알고리즘과 나, 거리 유지의 중요성
알고리즘은 무조건적인 악이 아닙니다. 하지만 나도 모르게 끌려가는 상태를 방치하면, 나의 취향, 생각, 감정, 심지어는 가치관까지 외부 시스템에 의해 정해지게 됩니다. 디지털 콘텐츠는 풍부해졌지만, 정작 내가 진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모르는 상태에 놓여 있다면 이제는 콘텐츠와 나 사이에 ‘간격’을 만들고,그 안에서 내 감각을 회복하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정보는 선택의 문제입니다. 지금 내가 보고 있는 콘텐츠가 정말 내가 선택한 것인지, 아니면 알고리즘이 권한 것인지를
하루에 한 번쯤은 돌아보는 습관이 필요합니다. 피로할수록 느리게, 과잉일수록 적게 그 작은 실천이 콘텐츠 피로에서 벗어나고, 진짜로 나다운 콘텐츠 취향을 다시 회복하는 시작점이 될 수 있습니다.
지금 이 순간부터, 알고리즘을 넘어서 나만의 콘텐츠 리듬을 만들어보시길 바랍니다.